주식회사 한국—언더 아머에서 배우자

[D.M] 2005. 9. 9. 09:42

언더 아머를 아시나요?

요새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들도 많이 입는 선수용 운동복 브랜드가 있다. “언더 아머”라는 브랜드로써, U 자와 A 자를 위아래로 겹쳐놓은 듯한 로고와, 마치 슈퍼맨 옷처럼 약간 나일론 느낌이 나는 윤기나는 옷감 재질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경기에서도 요새는 안에 받쳐입는 셔츠로 언더아머를 입는 선수들이 종종 보인다.


그림. 언더아머 (underarmour.com)

언더아머는 주로 대학이나 프로 구단의 선수들이 경기복으로 입는 옷이다. 언더아머는 운동 선수가 운동선수의 입장에서 만든 옷이어서 특히나 운동선수들에게 인기가 있다. 언더아머 창업자인 케빈 플랑크 (Kevin Plank) 는 메릴랜드 대학의 풋볼팀 선수였다. 선수 시절, 그는 보통 하루 연습 시간에 땀에 젖은 셔츠를 세번 갈아입었다고 한다. 이때 그는 땀에 흠뻑 젖은 셔츠가 경기력 저하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땀을 잘 배출하는 새로운 재질의 운동복을 만들어서 입게 되었다. 그리고는 팀메이트들에게도 자기가 만든 옷을 입어보게 했고, 곧이어 입소문이 퍼진 나머지 메릴랜드 대학 풋볼팀 말고도 여러 곳에서 언더아머의 옷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언더아머는 우리 돈으로 약 2,000억원의 연 매출을 기록하는 소규모 회사지만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개인 기업 (private company) 중 하나다. 언더아머는 소위 “퍼포먼스 기어 (performance gear)” 라고 불리는 세그먼트의 개척자이자, 이 세그먼트에서 약 75% 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업계의 확실한 강자는 아직 아닐지언정, 스포츠 업계에서 소위 가장 뜨는 브랜드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언더아머와 주식회사 한국

퍼포먼스 기어 부문의 신데렐라로 등장한 언더아머와, 풋볼선수에서 잘 나가는 기업으로 변신한 언더아머 창업자 케빈 플랑크에 대해서는 그간 꽤 많은 기사에서 다뤄진 바 있다. 이중 최근 기사는 Fast Company 8월호의 “Protect this house” 다.
(기사 보기: http://www.fastcompany.com/magazine/97/under-armour.html)

(참고로 “Protect this house” 는 언더아머의 유명한 TV 광고의 슬로건이다. 풋볼 경기를 앞둔 홈팀의 주장이 ‘내 홈구장에서는 절대로 승리를 내줄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챌런지하는 내용인데, 언더아머의 마초(macho)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마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분들이라면 언더아머의 TV 광고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광고 보기: http://www.underarmour.com/click%2Dclack/)

그런데 운동선수를 위한 옷 브랜드인 언더아머를 잘 살펴보면, 몇 가지 면에서 우리나라가 보인다. 언더아머와 우리나라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첫째, 마치 골리앗을 상대하는 다윗 같은 입장에 서 있다. 언더아머를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한 회사는 나이키다. 나이키의 연 매출은 약 13조원이므로, 언더아머의 연매출 2,000억은 나이키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다윗의 성공은 종종 골리앗의 잠을 깨우는, 원하지 않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언더아머가 퍼포먼스 기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고 이 부문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나이키, 아디다스, 오클리 같은 대형 업체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가 휴대폰, 반도체 등 몇 가지 부문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중국, 대만, 일본 업체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향해 일제히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최근의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림. “Nike Pro” 라인 런칭을 통해 퍼포먼스 기어 부문에 진출한 나이키

여기에 성공의 딜레마가 있다. 성공을 하려면 먼저 어떤 한 분야에 집중하고 파고들어서 카테고리 킬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카테고리 킬러가 되고 나면 소위 크리스텐슨 교수의 “Innovator’s Dilemma”를 경험하는 것이다.

홈 디포, Toys R Us, 우리나라의 하이마트 등은 확실한 카테고리 킬러지만, 때로는 우리가 쉽게 카테고리 킬러로 인식하지 못하는 기업도 카테고리 킬러가 되었기 때문에 성공한 예가 있다. 기사는 스타벅스의 예를 들며, 스타벅스가 미국을 장악할 수 있었던 건 먼저 시애틀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시애틀에는 정말 스타벅스가 많긴 많다.) 만일 스타벅스가 시애틀이라는 확고한 기반 없이 두리뭉실하게 여기저기 띄엄띄엄 시장을 공략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카테고리 킬러가 되고 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장, 이전을 할 경우 이미지가 희석되는 문제가 생긴다. 만일 할레이 데이비슨이 스쿠터 라인업을 런칭한다고 생각해 보라. 많은 브랜드들이 이 단계에서 실패를 했다. (물론 BMW 처럼 프레스티지 (Prestige) 를 성공적으로 매스티지 (Masstige) 로 확장시킨 예도 있겠다.)

기사는 언더아머가 직면한 딜레마인 “여성 고객 확보” 를 지적한다. 언더아머를 더욱 성공적인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상의 반쪽인 여성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언더아머는 강력한 마초 이미지를 먹고 성장한 브랜드다. 근육질 남성들이 입는 옷으로 각인된 브랜드를 어떻게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시도를 통해 여성들에게도 언더아머를 어필할 수 있게 되면, 그 순간 기존의 마초 남성 고객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기업중 프레스티지 이미지로 승부해 온 삼성 휴대폰이나, 반대로 저렴한 가격에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이미지로 알려진 현대/기아 자동차 등이 어떻게 캐즘을 넘고 다음 단계로 뛰어넘을 지가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며, 여기에 대해서 많은 논의와 고민이 있는 줄로 안다.

카테고리 킬러가 된 직후 또 한가지 문제는 강력한 경쟁자들에 의한 도전이다. 언더아머와 같은 회사가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제 2의 넷스케이프”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노베이션에 기반하여 기껏 시장을 개척했더니,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인에게 시장을 홀랑 뺏겨버리는, 그런 회사 말이다.

우리나라는 브로드밴드, 모바일 등 몇몇 IT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몇몇 분야에서는 마치 시애틀을 장악한 스타벅스와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더욱 확대하여 나갈 수 있느냐, 아니면 우리나라도 넷스케이프처럼 시장 지위적 입장을 강대국의 도전에 빼앗기는 운명이 되느냐일 것이다.

이처럼 언더아머나 우리나라나 모두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입장이고, 그에 걸맞는 녹녹치 않은 도전들이 주어지고 있다. 그러나 언더아머는 아직 자신감에 차 있다. 이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명석하고 용기있는 사람들이 나이키 같은 골리앗에 맞서 싸우고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데 대한 확신이다. 언더아머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두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부족한 자원, 불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언더아머를 일구어낸 케빈 플랑크는 대학 풋볼팀 시절, 원래 후보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4학년때 주장이라는 자리를 맡게 된다. 케빈은 자체 시합에서 현재 NFL 에서 뛰고 있는 에릭 오그보구 (Eric Ogbogu, 댈러스 카우보이 소속이고 언더아머의 모델이기도 하다) 를 수비하게 된 적이 있다. 그는 케빈보다 체구가 1.5배는 컸고 기량도 월등하였지만, 결국 케빈의 수비에 뇌진탕을 일으키고 업혀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케빈 플랑크는 소위 “깡다구” 가 있는 사람이다.

케빈은 타고난 사업가 기질이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각종 사업에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풋볼 선수로써 NFL 에 입단하여 성공하지는 못한 대신, 언더아머라는 사업을 통해 NFL 에 간 친구들 못지않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누구나 운동경기를 보면서 응원하는 팀이 있다. 필자의 경우는 주로 약자 (Underdog) 를 응원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이상한 듣도보도 못한 팀을 응원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테면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에서는 보스턴을 응원하는 식이다 (보스턴이 작년에 챔피언에 올랐으니 이제 양키스가 Underdog 인지도 모르겠다.) 약자의 승리에는 늘 드라마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더아머도, 우리나라도 당당히 성공해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게 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교훈

경영학의 대가인 짐 콜린스가 자주 인용하는 사례가 있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경제에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업종중 하나는 항공 업계이다. 오일쇼크, 국제정세 불안 등 각종 악재들로 인해 항공업계는 고생을 많이 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회사들은 파산으로 치닫게 되었다. 당신이 만일 항공 업계 경영자라면, 설령 당신의 회사가 어려워진다 해도 충분한 외부 악재를 변명 거리로 삼을 수 있는 업계가 바로 항공 업계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다. 머니 매거진에 따르면 1972년부터 2002년까지 30년동안 가장 높은 투자자 이익 (Return to investors) 을 실현한 회사는 어디일까? 이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인텔도, 월마트도, BP도, GE도 아닌, 바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이었던 것이다.


그림. 사우스웨스트 항공

사람이든, 기업이든 자기의 환경을 근거로 실패를 합리화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러한 조건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루어내는 경우가 있다. 사우스웨스트가 그 척박한 항공 업계에서 변명이 아닌 성공의 길을 일구어 낸 것은, 집안 핑계를 대는 사람들이나 업계 핑계를 대는 기업들에게 주어지는 신선한 자극이다.

우리가 우리보다 몸무게가 1.5배나 무거운 선수를 수비하면서도 결코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뇌진탕까지 일으킬 정도로 악착같이 수비하는 사람들이 될 때, 우리 기업들이 나이키의 도전에 사그라들지 않는 언더아머 같은 기업, 또는 사우스웨스트 같은 기업들이 될 때, 우리나라는 IT 부문에서 세계 강국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계속 승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언더독의 승리엔 언제나 드라마가 있게 마련이다. (2004년 월드 시리즈를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의 “코리안 드라마”는 무엇일까 기대된다.

김창원 chang1.kim@samsung.com

김창원님은 현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VOC 그룹에서 근무중이며, 전세계 삼성 핸드폰 유저를 위한 포털사이트인 삼성펀클럽 (www.samsungmobile.com) 및 국내 애니콜 유저를 위한 포털인 애니콜랜드(www.anycall.com)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 아이템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의 역량있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컨텐츠/솔루션 벤처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특히 삼성전자 무선사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의 모바일 벤처들은 언제든지 문의 가능하다.



출처 : 스카이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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